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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봉봉이네 할미할비는 반 프로 테니스 선수입니다. 제가 아주 어릴때부터 두 분은 테니스를 즐겨하셨고 저와 오빠 또한 테니스를 배웠습니다. 봉봉이를 낳고 나서 돌이 지나자 아빠는 저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임신과 출산으로 살이 불어나서 운동을 하려던 참에 아빠를 따라서 테니스장에 많이 나갔습니다. 

봉봉이도 코트에 함께 데려가서 공 줍기를 하거나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밀고 다니거나 하면서 놀았습니다. 사실, 저는 테니스를 배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아빠와 엄마를 오랫동안 봐온 결과 테니스를 하면 여러가지 피곤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었습니다. Elbow라는 영어 단어를 배우기도 전에 저는 테니스 엘보우라는 말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매일 테니스엘보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테니스를 배우게 되면 특히나 무릎과 어깨, 팔 관절들이 자주 고장이 납니다. 아빠 말에 의하면 제대로 자세를 배우지 않으면 몸이 힘들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운동에 영 별로인 저로써는 테니스를 배우면 아마 온 몸이 골골 거릴거 같았고 악기를 연주하는게 업이라는 핑계로 계속해서 배우기를 미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봉봉이를 낳고 나서야 배우게 되었던 것입니다. 

 

 

테니스를 배우려면 준비할 것이 많이 있습니다. 발목을 보호하기 위해 높이 올라오는 테니스 화가 필요하고 땡볕에서 경기할 때가 많기 때문에 테니스 모자 또한 필수입니다. 그 밖에 테니스 라켓, 공, 밴드 등 다양한 테니스 용품이 필요합니다. 저는 처음 배우기 시작할 때 이것저것 사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해서 평소에 신는 운동화와 엄마가 쓰던 라켓을 이용해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 칠때는 테니스 화가 필수입니다. 한번만 잘못 접질리면 정말 큰 일이 납니다. 최소 5개월은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입니다. 

 

 

봉봉이는 걸음마를 할때부터 할미 할비를 따라서 테니스 코트를 들락날락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말을 시작하면서 테니스, 나이스 로브 등 테니스와 관련된 단어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점점 라켓을 쥐고 싶어하고 연두 공을 치고 싶어하는 등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불을 붙인건 아마 할미 할비일 듯 합니다. 집에 놀러갈때마다 테니스장에 데리고 나가서 공치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봉봉이네 할미 할비는 전국적으로 테니스를 치러 다니십니다. 아마추어지만 거의 프로처럼 금산이며 속초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테니스 대회에 나가십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마추어의 세계도 엄청난 경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봉봉이네 할비는 전국 랭킹 1위라는 것입니다. 젊을적부터 회사만 다녀오시면 테니스장을 가시더니 퇴직하시고 나서 세컨잡으로 테니스 선수를 하시려고 그렇게 열심히 열정을 쏟아 부으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국으로 테니스 대회를 다니시면서 입상을 하면 상금을 받으시는데 얼마전부터 엄마가 이번에 상금을 받으면 꼭 봉봉이에게 아기 테니스 라켓을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집에 갔더니 저 아기용 라켓을 사놓은 것입니다. 봉봉이는 지금 29개월입니다. 아직 뽀시래기 아가입니다. 하지만 할미 할비의 눈에는 슈퍼 테니스 선수 유망주로 보이나 봅니다. 아기 테니스 라켓을 선물 받은 봉봉이는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자기 등짝보다 더 큰 테니스 가방을 등에 지고 너무너무 행복해 합니다. 마치 선수같이 보입니다. 

동네 테니스장까지는 너무 멀고 그냥 공터에서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너무 행복해하는 모습이 귀엽네요. 봉봉이는 그냥 라켓을 휘두르는게 아닙니다. 할미 할비가 자세를 가르쳐 준 대로 저 준비자세로 자리를 잡고 공을 던져주면 제법 칩니다. 녀석, 테니스 선수로 키워도 될까요?